축구

공격 루트 다양화 – 같은 포메이션, 다른 길

sitosh 2025. 3. 30. 09:00

공격 루트 다양화 – 같은 포메이션, 다른 길

1. 포메이션은 뼈대, 공격 루트는 숨결

많은 사람들이 포메이션을 전술의 모든 것이라 오해하지만, 포메이션은 말 그대로 구조의 틀일 뿐이다. 동일한 4-3-3 포메이션을 사용하더라도 팀의 공격 루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어떤 팀은 측면을 활용해 빠른 크로스를 중심으로 공략하고, 다른 팀은 중앙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짧은 패스로 공간을 창출한다. 즉, ‘같은 포메이션, 다른 길’이라는 개념은 현대 축구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접근이다. 공격 루트를 다양화한다는 것은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상대 수비의 대비를 무력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조직력이 탄탄한 팀일수록 정해진 틀을 유연하게 운용하며, 상황에 따라 루트를 바꾸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2. 공격 루트의 세 가지 축 – 중앙, 측면, 세컨드볼

공격 루트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중앙 침투 루트다. 이는 빠른 1~2 패스, 플레이메이커의 전진 패스, 혹은 후방 빌드업을 통해 중앙 공간을 열어가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맨체스터 시티는 짧은 패스를 정교하게 이어가며 중앙에서 수비를 끌어낸 후, 측면을 다시 활용하는 방식으로도 응용한다. 둘째는 측면 공략이다. 풀백의 오버래핑, 윙어의 컷인 또는 전통적인 크로스를 활용한 공격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리버풀은 아놀드와 로버트슨의 적극적인 측면 전개를 통해 상대 수비를 벌려놓는 데 탁월하다. 셋째는 세컨드볼 중심의 루트다. 공중볼 경합 이후 흘러나온 볼을 빠르게 회수해 슈팅 기회를 만드는 방식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 루트를 즐겨 활용하며, 루즈볼 처리 능력과 2선 침투를 극대화한다. 각 루트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대의 수비 구조에 따라 유동적으로 선택되며, 경우에 따라 혼합되기도 한다.

3. 패턴 플레이와 미세 전술로 만들어내는 다양성

단순히 루트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짜 강팀은 같은 루트를 활용하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실행한다. 예를 들어, 중앙 공격에서도 한 팀은 침투형 미드필더의 빠른 침투를 활용하고, 다른 팀은 하프스페이스에 머무는 플레이메이커의 연계 중심으로 운영한다. 측면에서도 단순 크로스 중심의 팀이 있는가 하면, 풀백과 윙어가 자리를 바꾸는 '인버티드 윙백' 전술을 활용해 중앙으로 진입하는 방식도 있다. 이렇게 작은 전술적 디테일이 공격의 방향성과 패턴을 바꾸며, 상대 입장에서는 같은 포메이션을 상대로도 전혀 다른 유형의 압박을 받게 된다. 패턴 플레이(훈련된 반복 전개)와 즉흥적 창의성이 결합되었을 때, 공격 루트의 다양성은 극대화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팀이 바로 나폴리(2022-23시즌)와 브라이튼이다. 이들은 같은 포지션 내에서도 각기 다른 역할을 부여하며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만들어낸다.

4. 루트 선택은 결국 ‘전술적 사고’의 문제

감독의 전술 철학과 경기를 읽는 능력이 공격 루트를 결정짓는다. 특정 감독은 전진 패스를 통한 속도감을 선호하고, 또 어떤 감독은 점유율을 통해 상대를 지치게 한 뒤 결정적인 공간에서 한 번에 찔러 넣는 방식을 택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어떤 루트를 쓰느냐보다, 상대가 어떤 수비 구조를 갖고 있고, 우리 팀이 어떤 방식에 강점을 가지는지를 판단하는 전술적 사고력이다. 또한 선수 구성 역시 루트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빠른 윙어가 있다면 측면 돌파가 자연스러워지고, 기술이 뛰어난 10번 타입이 있다면 중앙 침투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 축구에서는 이제 ‘하나의 방식’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예측을 깨뜨리는 다양성, 상황에 따른 전환 능력, 그리고 이를 훈련으로 체화시킨 팀만이 강팀이 될 수 있다. 결국 같은 포메이션 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공격 루트를 가동할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른다.